DxD: 이해강 Haekang Lee
Q.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그림도 그리는 이해강입니다. 그래피티와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는 여러 기법을 회화에 접목해서 새로운 표현 방식을 만드는 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Q. 이해강 작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했었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와 그래피티 작업을 할 때의 차이점은 뭔가요?
2009년부터 약 10년간 그래피티를 했어요. 그래피티는 무단으로 거리에 흔적을 새기기 때문에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며 아주 빠른 호흡으로 거침없이 스프레이를 분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죠. 어제 새긴 흔적이 오늘 사라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이에 비해 캔버스에 그릴 때는 변수가 적은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작업해요. 그리고 작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며 그 결과물이 훼손되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는 차이점입니다. 저는 그래피티의 빠른 호흡과 속도 그리고 거침없는 태도를 캔버스 작업에서도 구현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상반된 두 장르를 접목하는 것이 제 작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본인에게 제주도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주도는 제가 대학에 가기 전까지 쭉 살았던 곳이고 지금도 쉬고 싶을 때마다 찾아오는 제 고향입니다. 이곳은 어머니와 친구들, 다녔던 학교, 아버지가 만든 도깨비공원 등 여러 추억의 장소들이 있어요.
Q. 도깨비 공원은 어떤 곳인가요?
도깨비공원은 돌아가신 저의 아버지가 만든 조형 공원입니다. 도깨비와 제주 설화를 소재로 만든 1,000여 개의 크고 작은 조형물들로 구성된 테마파크예요. 저는 공원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왕성하게 운영됐던 시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맞게 된 침체기 그리고 기나긴 휴업에 들어가게 된 현시점까지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으면서도 사라지는 것이 왠지 아쉬운 애증의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최근 도깨비공원을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새삼 ‘아버지가 정말 큰 작업을 했었구나’ 하면서 작업자로서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죠. 도깨비공원을 기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전시 제목이자 이번 시리즈 제목인 <DxD>는 무슨 뜻인가요?
제가 이번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거리문화 특유의 ‘반항에서 오는 쾌감’을 회화로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거리문화를 그림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획의 속도, 농도와 같은 회화적인 요소들을 통해 거리문화의 에너지와 정신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도깨비공원을 기록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는데 도깨비공원에 남아있는 조형물 651개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디지털 드로잉을 했어요. 드로잉 한 도깨비 조형물을 분해하고 재조합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었고 거기에 거리문화의 에너지와 정신을 담아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형상의 모티프를 도깨비에서 얻었기 때문에 DxD(Dokkebi x Dokkebi)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Q. 작품의 제작 방식이 어떻게 되나요?
도깨비 조형물의 디지털 드로잉 중에 몇 개를 선별하고 배치하여 화면을 구성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도깨비 조형물의 형태와 색으로 가득 찬 도안을 만들어 냅니다. 그 이후에는 도안을 보지 않고 캔버스에 얹어진 색면들의 조화를 고려하며 작업해요. 색 덩어리가 다른 색 덩어리로 변하거나, 색 덩어리가 어딘가로 빠르게 움직이는 상상 속의 모습을 스프레이 페인트나 빠른 붓질로 포착하여 화면에 얹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성된 화면과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 선들로 화면을 뒤덮으며 마무리합니다. 보통 그래피티 작업에서 선은 형태의 경계에 그어서 배경과 형태를 구분 짓는 역할을 하지만 저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서 형태와 전혀 상관없이 자유롭게 선을 그어요. 이렇게 그래피티의 표현 방식을 해킹해서 임의대로 적용하는 것이 저의 방식입니다.
Q.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태도를 회화로 구현하고 싶었어요. 여기서 이야기하는 자유롭고 거침없는 태도는 제가 경험하고 좋아하는 ‘스트리트 문화’에 뿌리를 둔 것이죠. 예를 들면 내지르는 소리나 앰프를 찢는 듯한 사운드를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펑크 록, 레코드판을 긁어서 소리를 만드는 디제이의 스크래치, 다른 음악을 이어 붙여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힙합의 샘플링, 질서를 어지럽히고 선을 넘나드는 그래피티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스트리트 문화가 만들어내는 분출하는 듯한 에너지를 회화의 에너지로 구현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입니다.
Q. 아버지가 만든 도깨비공원에 대한 애정과 이해강 작가의 그림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전시인데요. 그럼, 도깨비 공원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도깨비공원의 실제 공간은 장기 휴업 중인 상태로 미래는 저도 알 수 없어요. 저는 현재 도깨비공원을 가상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홈페이지에 아카이브 자료를 업로드하고 이를 토대로 가상 공간을 구축하여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도깨비공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열심히 작업하여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