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Mask Kiss, Acrylic, animation paint, fabric ink, gouache, nail polish  on canvas, 194.0x194.0cm, 2025
Installation Views
Press release

따로 또 같이. 공동의 감각은 사소한 일화에서 거대한 시공을 아우르며 퍼진다. 함께한다는 것의 전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돌보다가,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내어줄 수 있는 배려로부터 시작한다. 《Yoo & Mi》는 서원미와 유창창이 가장 가까운 관계로서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 만든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말’의 이중적인 의미를 유희적으로 고찰하며 이미지와 언어의 경계를 상상하는 서원미, 정체불명의 인물(존재)에 깃든 가설적 서사를 그려내는 유창창. 그리고 그런 둘의 이야기가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되어, 《Yoo & Mi》에 흐른다. 


1. 이번 전시는 유창창, 서원미 두 작가가 함께하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Yoo & Mi》라는 전시 제목이 상기하듯, 두 작가의 공동으로 준비한 전시라는 점이 뜻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번 전시를 함께하게 되었나요?


서원미: 저에게 유창창 작가는 오랜 시간 특별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였고, 지금은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가족이 되었습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와 전시를 하는 일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그림으로 대결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그보다는 가깝고도 먼 작가와의 어울림을 보고 싶은 기분으로 준비했습니다. 


유창창: 저희는 꽤 오랫동안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걸어서 출근을 할 때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는 이야기, 살아왔던 이야기 그리고 함께할 미래를 때론 농담처럼 가볍게, 그러나 산뜻하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런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 그림만 한 것도 없습니다. 저희는 각자 천직을 가진, 꽤나 운이 좋은 수다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2. 두 작가의 작업 방식은 분명 다르지만, 공통된 관심사가 있습니다. 얼핏 유쾌해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인간의 감정, 특히 불안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유사한 맥락이 보입니다. (이에 대해 각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원미: 불안이라는 감정은 쉽게 덮어두거나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삶이나 창작도 결국 사라짐을 견디며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 아닐까요. 그리고 언젠가 그 흔적마저 사라지겠지만, 적어도 그림에는 그리는 순간의 내 상태가 고스란히 담깁니다. 그렇기에 저는 부정적인 감정도 외면하지 않으려 합니다. 텅 빈 휘황이 아니라 온전한 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솔직한 나와 내 그림을 대면하려고 합니다. 제 그림이 원초적으로 마주하는 불안이라면 유창창 작가의 불안은 조금 더 현실과 밀접하게 변화하는 불안 같습니다.


유창창: 하루에도 12번씩 깜짝깜짝 불안은 등대처럼 신호를 보냅니다. 다행스럽게 위치를 확인한 척은 해야 살아집니다. 농담도, 허튼 말도 그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현실은 악몽의 천 배쯤 강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강하지 않아서 몰래 춤을 추는 법을 배웠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다행히 그 모습이 겁쟁이처럼만은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3. 서원미 작가님의 경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들은 ‘말(horse)’과 ‘말(word)’를 사유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유희를 하듯 이미지와 언어의 경계를 탐색하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서원미: 처음에는 ‘그림으로 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지? 그래, 그럼 말을 그리자.’하고 장난처럼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말(horse)을 다루는 카우보이도 등장하게 되었고, 동굴벽화의 모티프를 그려 보게도 되었습니다. 계속 그리다 보니 저에게는 카우보이가 ‘화가’의 초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카우보이가 과거에는 강렬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혹은 계속해서 낯선 길을 찾아 떠도는 존재일 수도 있는 것처럼요. 그리고 말(horse)과 말(word)의 공존을 전유하면서, 그 둘을 장난스럽게 오가며 새로운 화면과 이야기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4. 유창창 작가님의 경우, 작가님의 그림에는 늘 정체불명의 인물(존재)가 등장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추상적인 모양으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크기가 작은 모종의 인물처럼 그려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방식과 변주에는 이미지와 언어의 경계를 다루는 서원미 작가님의 맥락과도 유사한 지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유창창: 저는 가끔씩, 자주 저에 대해 ‘대사를 적어 놓지 못하고 죽은 만화가의 말 칸을 완성하는 기분으로 작업을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언어와 드라마를 기억해 내고 상상하는 그리기 방식은 때론 죽은 만화가의 것이 되고 때론 부활한 화가의 것이 되기도 합니다. 정체불명이라고 생각하셨던 그 친구들은 아마 거의 그리는 자와 읽는 자 둘을 오가는 역할의 존재일 것입니다. 점멸하듯 폴짝대는 느낌이랄까요?


5. 이야기를 듣고 보니 두 분의 공통점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가 기획된 이유가 분명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두 작가의 작품을 하나씩 연결하여 쌍(pair)으로 구성한 곳이 눈에 띕니다. 그중 서원미 작가님의 〈Eternity that follows around〉, 유창창 작가님의 〈Mask Kiss〉가 함께 배치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서원미: 두 작품은 크기가 같기도 하지만, 나란히 배치해 놓고 보니 우리의 그림 중에 서로가 조금씩 들어간, 나름 로맨틱한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ternity that follows around〉에는 커다란 모자 모양의 구름이 하늘에 떠 있고 그 아래에 백골의 인간이 서 있습니다. 카우보이에게 모자는 뗄 수 없는 것이면서 뜨거운 햇빛과 비바람을 막아주는 한 줌의 그늘, 보호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언제나 그림이 그런 존재였는데, 지금은 거기에 유창창도 포함됩니다.


유창창: 〈Mask Kiss〉는 저와 서원미 작가의 관계를 은유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코로나 시절에 만났고, 어느 날 밤에 첫 키스를 했던 추억이 있는데요.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에 ‘마스크’와 ‘키스’가 함께 있습니다. 마스크 너머로 깜깜했던 시절은 사라지고 감염의 공포와 멸망감은 축복의 온기로 바뀌는 경험을 했고, 그런 감흥을 그림에 담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하기 전에 함께 전시를 만드는 상상을 자주 했었는데, 로맨틱한 분위기는 피해 보자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요. 서원미 작가의 백골과 모자 구름, 저의 코로나와 마스크…. 결국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네요.


6. 작은 크기의 작품 배치도 흥미롭습니다. 두 작가의 공동 전시의 의의를 함축하는 배치처럼 보입니다. 함께, 같이, 그러면서도 다른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두 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서원미: 저는 그림이 조금 더 솔직한 너와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그림을 바라보면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고 또 이런 점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지점들을 전시를 통해 저희도 다시 보고, 전시를 보러 와주신 분들께도 보여주게 되어 그 자체로 즐겁습니다. 제가 잘 쓰지 않는 색, 붓의 크기, 재료, 붓질의 호흡, 형상을 내 그림처럼 오래 보게 되니 그만큼 그림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커집니다. 사실 백 마디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이 더 많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유창창: 가깝다는 건 때론 민감한 어떤 부분들이 서로에게 닿아 아픔을 느끼게도 합니다. 오로지 혼자일 때 완성되는 시간을 상대방이 훔칠 때도 있는 것이라, 작가 이전에 인간으로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원미 작가가 붓질로 쏟아내는 에너지는 이야기 너머를 숨죽여 응시할 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조용한 기쁨을 한 공간에서 공유하는 경험은 너와 내가 화가이기에 가능한 일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